오래 전에 읽었던 글이 기억이 납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친구와 하이킹을 한 후 잠을 이루지 못해 밤새 슬리핑 백에서 뒤척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별빛 아래에서 밤을 지새운 경험이 많은 베테랑 친구가 잠에서 깨어나 “양말 갈아 신어”라고, 혼자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글쓴이는 친구가 시키는 대로 잘 건조된 양말로 갈아신었더니 금새 잠이 왔다고 합니다.

 

작은 일화 하나

등산 관련 영화, 여러 여행 회고록, 울트라마라톤 선수들의 이야기 등 영감을 준 많은 이야기 들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어느 잡지에 실린 작은 일화 한 편도 생각납니다: 양말을 갈아 신으세요.

 

그 기사를 읽은 후 지금까지 수 많은 여행을 위해 짐을 가볍게 꾸리더라도 가방에는 항상 여분의 마른 양말 한 켤레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일단 슬리핑 백에 들어가 잠을 청할 때면 하루종일 하이킹을 하거나 페달을 밟으면서

축축해진 양말을 벗고 마른 양말로 갈아 신었습니다.

젖은 양말은 슬리핑 백 아래쪽에 널어두어 말리곤 했습니다.

 

장거리 여행에서는 여행 기간 내내 양말을 계속 번갈아 신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차갑고 축축한 발 때문에 잠을 자는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었습니다.

5~6일간의 여행이 끝날 때면 발에서 그리 좋은 냄새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냄새 맡기

비영리단체에서 일할 때 청소년을 위한 백패킹 여행을 인솔하는 일을 도왔습니다.

3년 여름 내내, 일주일씩 휴가를 내고 성인 커플들과 5명의 소년을 데리고 캘리포니아와 오레곤 산으로 떠났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첫 백패킹 여행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는 텐트에서 잠을 자는 첫 경험인데도 불구하고, 왈로와 산맥에서 나흘 밤을 무사히 보냈습니다.

내가 일하고 있었던 비영리 단체에서 여행에 필요한 장비를 제공했고,

모든 아이들은 무료로 등산화 한 켤레씩을 선물로 받고 향했습니다.

 

여행이 끝난 후에는 아이들이 사용했던 플리스 자켓, 배낭, 슬리핑 매트, 텐트, 슬리핑 백을 모두 수거했습니다.

우리는 세탁소로 가서 슬리핑 백과 의류를 세탁기 몇 대로 빨았습니다.

 

나는 공동 리더였던 잭과 함께 세탁이 되길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번갈아가며 식사를 하고, 전화를 하기도 하고 세탁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 잭이 슬리핑 백 중 하나를 가르키더니 다시 세탁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두 번 세탁 후 잭은 슬리핑 백을 뒤집어 발 부분을 들어 보이며, “냄새 좀 맡아봐”라고 말했습니다.

 

누군가 무엇인가를 들고 “냄새 좀 맡아봐”라고 말한다면 98% 정도는 부정적인 경험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잭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어,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몸을 기울여 냄새를 맡았습니다.

와우. 썩은 달걀? 동물의 사체? 이게 뭐지?

“그렇다니까,”라고 그가 말했습니다.

“어째서지?” 내가 물었습니다.

“그 친구가 여행 내내 양말을 갈아 신지 않은 것 같아,”라고 잭이 말했습니다.

“하지만..우리는 그 호수에서 하루 동안 수영을 했잖아?”

“그 아이는 안 했어.”

“아…그랬군,” 내가 말했습니다 “엄청나다.”

 

우리는, 그 슬리핑 백을 단독으로 넣고 세 번째 세탁을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발 끝 부분에서는 썩은내가 났습니다. 다행히도 그 비영리 단체는 자금은 부족했지만, 슬리핑 백은 충분했습니다.

우리는 슬리핑 백 한 개를 기부할 수도 있었고 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어떤 선택을 했었는지 지금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와 함께 돌아가지는 못했습니다.

 

여행내내 그 친구들에게 인생 조언을 해주려고 애썼지만 양말을 갈아 신으라는 이야기를 못해준 것이 아쉬웠습니다.

 

피해

10년이 흐른 후 스스로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블랙 마운틴에서 개최되는 헬벤더 100 울트라마라톤이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두 번째로 도전하는 160km 레이스로 체력과 장비가 잘 서포터해준다면 내 컨디션은 최상이었습니다.

 

77km와 144km 지점에서 아내 힐러리를 만나서 그녀가 렌터카에 싣고 온 간식, 자외선 차단제,

바디 글라이드, 반창고, 여분의 신발, 여분의 양말 등 필요한 물품을 공급받게 됩니다.

매우 중요한 것은 양말을 77km와 144km 지점에서 갈아 신는다는 것입니다.

러닝을 하면 발에 땀이 많이 나는데, 새 양말은 항상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레이스는 봄에 개최되었습니다.

특정 구간들에서는 작은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진행되었기 때문에 양말을 갈아 신어야 했습니다.

첫 번째 24km 구간을 달릴 때는 모두 흠뻑 젖었지만, 그 후에는 꽤 건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번컴 호스 트레일(The Buncombe Horse Trail) 구간에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레이스의 100km 즈음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몇시간 동안이나 어두웠기 때문에 트레일의 많은 부분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산을 가로지르는 트레일들이 젖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고인 물을 피하면서 물이 없는 곳으로 옮겨 다니려고 했지만

남은 긴 거리를 그렇게 달릴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곧바로 포기했습니다.

 

신발, 양말을 포함한 발은 모두 젖어 있었고 114km 지점에 있는 응급진료소에 도착할 때쯤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양말을 갈아 신었지만, 이미 발이 손상된 상태였고, 이후 43km를 이를 악물고 달리면서 내 생애 가장 아픈 물집을 참아냈습니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사실을 그 당시 알았더라면, 러닝 베스트에 여벌의 러닝 양말을 한 켤레 준비하여,

젖을 수 밖에 없는 구간을 통과한 후 즉시 갈아 신었을 것입니다.

양말 한 켤레의 무게는 겨우 1g인데 말입니다.

 

조언 한마디

인생에서 받은 최고의 조언을 돌이켜보면 인간관계, 직업 선택 등 많은 말들이 있지만

사소해 보여도 그 모든 조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말이 있습니다 :

양말을 갈아 신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