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몇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20년 초, 여느 때처럼 재미있는 이메일을 찾아 읽으려고 메일수신함을 보고 있었습니다.

운이 좋은 날이었는지 항상 흥미진진한 메일을 보내주는 로돌프 포피어로 (Himalayan의 편집자)의 이메일이 하나 왔습니다.

그 메일에는 한 장의 사진과 짧은 설명, “분명 좋아할거예요.”라고 써있었습니다.

 

로돌프의 생각은 정확했습니다!

나는 곧바로 그 사진에 빠져들었고,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구글 어스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3000m 거대 암벽이 있는 7800m의 엄청난 산을 발견하였습니다. 산은 아름답지만 급경사에 아주 거칠고 강렬해 보였습니다.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그 사진을 오랜 클라이밍 파트너인 티페인 두페리어와 공유했습니다. 즉시 답이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 언제 가?”

탐험은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의 확산으로 국경들이 폐쇄되었기 때문에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은 여전히 식지 않았습니다.

2022년 9월에 마침내 탐험을 시작하여 베이스 캠프로 향했습니다.

거친 돌포(Dolpo)를 5일 간 트레킹한 후, 무콧(Mukot) 마을 부근에 안락한 베이스 캠프를 차리고 첫 번째 밤을 보냈습니다.

오늘은 중요한 날입니다. 다울라기리 2의 북동면 밑으로 진입하는 예비 탐사를 시작합니다.

그 루트로 산 아래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구글 어스에서 빙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통로 하나를 볼 수 있었지만 빙하에 가까이 갈수록 접근 통로를 발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갑자기 200m 폭포 하나가 우리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결론은 플랜 A는 실패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가 오고 날씨는 흐렸습니다. 바위, 얼음 그리고 강물도, 모든 것이 회색이었습니다.

계곡은 움푹 꺼져있고, 삭막하고 사람들의 접근을 영원히 막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탐험이 끝나가고 있는 걸까? 마음이 심란해졌습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장소를 찾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멀리, 급경사의 노출된 암벽 위에 통로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산사태가 일어난 곳을 지나 가파른 자갈 비탈을 오른 후, 갈망하던 그 선반 형태의 바위의 출발점에 도착했습니다.

검정 바위들로 이루어져있고 거대한 벽 중간에 걸려있는 그 장소가 적합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출발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오르고, 건너고, 내려가고, 다시 오르고, 다시 내려가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전진을 함에 따라 이 미로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희망이 다시 보였습니다.

두 시간의 난관 끝에 드디어 다올라기리 산 제 2 봉(Dhaulagiri II)의 바닥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그 산을 오를 수 있었기에, 전진하는 꿈을 계속 꿀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앞으로 무콕 히말(Mukot Himal)산과 다올라기리 산 주변에서 넘어야 할 고개 하나, 봉우리 그리고 암벽을 조사하며, 6일 간 머무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그 루트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했습니다.

구글 어스 같은 위성 이미지가 더 믿음이 갔습니다. 또 배낭은 무겁기 때문에 이런 복잡하고 긴 어려운 지형은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거친 산맥에서 쉬운 통로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상상력과, 계획, 약간의 운이 따라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는 그 언덕에 도착하려면 많은 힘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장소는 초현실적이고, 눈이 부시지만 비박에는 절대적으로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다른 벽면에 도달하기 위하여 내려갈 것이라고 상상했던 완만한 슬로프가 실제로는 매달려 있는 선반 모양의 바위들과 기다란 바위들이 몇개의 눈조각과 섞여있는 것이었습니다.

하강은 재미있어 보였지만, 먼저 휴식을 취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빙벽 도끼를 사용하여 고도 5700m, 다올라기리 산 제 2 봉의 바로 앞에서 텐트를 칠 장소를 다졌습니다.

예상대로 고개에서 내려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오른쪽에서 시도를 한 번 한 후, 왼쪽에서 성공을 했습니다.

약간의 하강 후 다올라기리 산 제 2 봉의 북동면과 경계를 이루는 빙하에 발을 디딜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벽면의 완벽한 경치를 본 것은 우리가 처음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이미 여러 산들을 경험했고 스키도 타 본 적이 있지만, 단 하나의 봉우리에 그 정도로 “반하고” 겁을 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 암벽은 3000m 높이로 솟아올라 장엄하면서도 매우 가파르고 곧습니다.

클라이밍은 그 자체로 이미 도전이었습니다. 스키를 탄다는 것이 무모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벽면에 있는, 이 코스는 스키가 가능해 보이기는 하지만, 무서웠습니다!

시간이 충분하고 조건이 완벽하다면 도전했겠지만 당장은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주변을 둘러싼 산들을 이용해서 이 거대한 벽면이 만들어낸 미로들에 서서히 적응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주변을 둘러본 후 우리는 한 마디 말도 나누지 않은 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위성 지도 상에서 간신히 볼 수 있었던 산이었습니다. 정말로 놀랍도록 멋지고, 그 주변에서 가장 노출이 안 된 구간이었습니다.

이 뾰족한 봉우리들 사이에서 스키를 타는 것은 희귀한 루트였습니다.

산을 오를수록, 분위기는 더욱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코스는 아찔하고 높은 곳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베이스 점핑에나 적합할 기다란 바위 위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우리는 돌포(Dolpo) 마지막 구간에 있었고, 우리가 오를 수 있음을 확신하며 산을 올랐습니다.

컨디션은 좋았습니다. 경사는 잘 유지되고 있었고 암릉까지 연결되어 줄지어 서있는 세락(serac) 을 따라갔습니다.

변덕스러운 날씨는 이미 시야가 더욱 흐려질 정도로 나빠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다올라기리 제 1 봉을 충분히 보았으며 남아있는 능선을 볼 시간이 충분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전진하는데 앞이 보이지 않아 길 찾기가 매우 난감했습니다.

우리는 선반 모양의 바위와 크레바스 위에 점점이 있는 커다란 돔 위에 있었습니다.

정상은 우리로부터 도망갈 것처럼 보였고 우리는 마지막 기술을 다했습니다.

동화 속의 리틀 톰 썸이 빵가루를 뿌린 것처럼, 빙벽 도끼나 등산 스틱들을 6m마다 심어놓고 왔지만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조건에서 계속 등반을 시도하는 것은 맞지 않았습니다.

정상에서 불과 200m 아래인 6400m 높이에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실망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었습니다!

날씨는 더욱 나빠지고, 상황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길을 잃지 않도록, 우리의 갈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세락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둘렀습니다.

이 때 우리가 꿈꿔왔던 고난이도의 스키를 시작할 순간이었습니다. 조건은 완벽했습니다.

경사는 급하고 눈은 최상이었습니다. 짙은 안개로 이런 멋진 코스를 감상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마지막을 향해 함박 미소를 지으며 비박 지점에 도착하였습니다.

불과 200m 구간을 앞두고 정상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무사히 도착했다는 마음에 조금 누그러졌습니다.

이러한 하강을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키 타는 것은 멋지지만 기후 조건, 주변 지형, 코스, 세락의 낙하 위험성은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즐거운지..!

생각해보면 이 코스 자체로도 하나의 원정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전화와 가족들의 소식을 통해 네팔로의 모든 원정이 취소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도 앞으로 열흘 간의 일기예보는 걱정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베이스 캠프는 안전해 보였기에 티페인과 함께 일기예보가 맞는지 확인하며 머물기로 했습니다.

텐트에 부딪치는 눈과 비를 이틀간 관찰한 후, 일기예보가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악천후는 계속 되었고, 우리는 머지 않아 이 탐험을 계속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기다리는 것과 돌아가는 것,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곧 좋아질 날씨였지만 이 고도에서 내린 눈의 양은 무서웠습니다.

눈이 아니더라도 암벽 밑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해보였습니다. 상상만으로도 정말 아찔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돌아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올바른 결정을 내렸는지 판단하는 것은 항상 어렵기 때문에 돌아오는 내내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좋은 날씨를 기다렸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분명한건 올바른 결정이었습니다. 거대 암벽을 오르기에 적합한 때가 아니었습니다.

또한 돌이켜보면 아무도 방문하지 않았던 곳을 즐겼고,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면서 스키와 등산을 할 수 있던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점이 우리가 산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항상 불확실성에 대처하면서 외딴 곳을 탐험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그곳에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